찰리 파커 - 재즈를 뒤집어 놓은 천재, 파격의 삶이 예술이 되다

재즈라는 예술을 통해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하나의 정점, 찰리 파커. 그의 음악은 힘차고 독창적이며 아름답다. 당시 재즈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의 풍부한 창조력과 독창적 아름다움, 그리고 세상의 몰이해 속에서도 예술 그 자체였던 파격적인 삶을 조명한다.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유산을 만나본다.

In a nutshell

    찰리 파커, 재즈사에 길이 빛날 이름: 객관적 평가와 유산

찰리 파커, 재즈사에 길이 빛날 이름: 객관적 평가와 유산

파커에게 아니 보다 정확히는 일급 재즈 뮤지션들 모두에게 전통이란 거추장스러운 허물이나 속박이 아니라 이렇듯 훌륭한 디딤대인 것이다.

재즈의 영원한 표상, 찰리 파커

여기 재즈 뮤지션들 중 연주력이 뛰어난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치자. 찰리 파커는 그들 그룹의 중앙부에 있다. 나아가 그 삶의 강렬함, 그에 걸맞은 천재성을 고려한다면 그는 그 핵심부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재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찰리 파커는 연주 실력이 예외적으로 뛰어난 일개 뮤지션만은 아니다. 그는 재즈라는 예술을 통하여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하나의 정점이다. 〈상징 symbol〉 혹은 〈기호 sign〉이다.

그의 음악은 힘차고 독창적이며 아름답다. 물론 오늘날의 재즈 뮤지션들 중에는 파커를 기법적으로, 또 기교적으로 능가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의 아웃사이더적 모더니스트적 삶의 풍경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욱 빛나는, 예사롭지 않은 〈사건〉들이었다. 보통 사람이 예술하는 사람에게 흔히 품기 일쑤인 〈예외적 삶〉의 풍경들이 그의 삶에서는 〈일상〉이었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이 예술가에 대해 거는 일종의 기대라면, 그는 그런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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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비밥 캄보에서의 찰리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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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는 비밥의 쌍둥이로서 재즈의 가장 빛나는 모멘트를, 또한 재즈의 가장 예리한 시추에이션을 간직하고 있다.

  • 둘의 1950년대의 작품을 수록한 앨범 『버드와 디즈』

삶 자체가 곧〈예술〉이었던, 또 세상으로부터는 몰이해와 냉대만을 돌려받은 한 천재의 모습을, 우리는 파커에게서 보게 된다. 파커의 인생은〈파격으로서의 삶, 그리고 존재 이유로서의 예술〉과 동의어이다.

〈찰리 파커는 뛰어난 재즈 뮤지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인 지금은 지극히 관례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런 식의 표현은 너무나 관습적이고 피상적이다. 좀 더 사실에 가깝게 이야기하자면, 파커는 그 풍부한 창조력과 독창적 아름다움으로 그때까지의 재즈를〈발칵 뒤집어〉놓았다고 말해야 한다.

파커가 세상을 뜨고 나니, 그 인기와 존경의 도는 수직 상승했다. 이것은〈참 재즈〉— 또는 진짜 예술——라면 겪게 되는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파커 이전의 재즈 뮤지션으로서 그에 맞먹는 충격을 던진 경우를 굳이 들라면, 딱 한 번 찾을 수 있다. 파커보다 25년 전에 최고의 음악적 정점에 달했던 루이 암스트롱의 경우가 그것이다.

그 둘의〈음악적 논리〉를 관류하는 공통점들 가운데 가장 중대한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기 시대에 유행하던 재즈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논리의 음 조직 melodic phrase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파커는 1920년에 태어나 1955년에 세상을 떴고, 암스트롱은 1900년에서 1971년까지 살았다. 그러나 그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파커는 재즈적, 또한 모더니스트적 삶의 전형으로서 참으로 풍성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파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레니 트리스타노가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최근 10년 동안 만들어진 거의 모든 음반들에 실린 곡들을 그가 만일 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가 벌떡 살아나 저작권 소송이라도 제기한다면, 아무도 거기에 대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이같이 통찰한 레니 트리스타노(1919-1978)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생시에는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적 대부이기도 했던, 대단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또, 파커가 자기 시대의 뮤지션들에게 끼쳤던 충격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앨 콘은 아주 인상적으로 전하고 있다.

「찰리 파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파커야말로 진짜 거인 giant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좀 한다 하는 사람들과는 차원부터 다르다.

내 말이 허풍 같으면, 이렇게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그가 남긴 솔로 애드리브라면, 아무거나 좋다. 할 수 있다면, 그걸 악보에 옮겨 분석해 보라. 진정한 창조력이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 어떻게 응용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이 바로 거기 있으니까.

그가 살아 있던 당시에는 그런 식으로 연주한 사람이 그 말고는 아무도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는 그래서 엄청난 음악적 충격을 몰고 왔다. 게다가 그가 보여준 생활 풍경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참으로 가공할 만한 terrible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