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사물놀이와 만난 ‘테이크 파이브’ — 한국적 재즈의 탄생
이상은 외국의 예들이었다. 한국의 재즈 역시 그 같은 현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 산재한 재즈 클럽에서는 테이크 파이브
가 지금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재즈 정신의 요체는 변용(變用)에 있다. 그 어떤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테이크 파이브
도 그러하다. 바꾸어 말하면, 그 같은 변용성
덕택에 그 곡은 더욱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덕택에 지극히 한국적인 테이크 파이브
의 순간도 있었다.
1994년 7월 31일 한여름 밤에 벌어졌던 야외 재즈 페스티벌에서였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재즈 뮤지션들은 최선배, 김수열, 임헌수, 신동진, 박성연, 이정식 등 국내의 정상급들은 물론 일본의 뮤지션 몇몇이었다. 유난히 뜨거웠던 그 여름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이 바로 테이크 파이브
였다. 그날의 테이크 파이브
는 한국의 재즈사에서 독특한 풍경을 연출해 냈다.

▲ 1994년 7월 어느 여름 밤, 뜻밖의
테이크 파이브
를 선사한 사물놀이의 김덕수 씨.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스티브 갯 등 우리 시대 일류 재즈 드러머들과도 낯을 익혀 왔다.
원곡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박자를 바꾸어 연주한 점이 가장 두드러졌다. 원곡의 개성이요 생명이라 할 만한 5박자 리듬을 4박자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그 곡은 대단히 흥겨운 테이크 파이브
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그 곡에 가장 한국적인 소리, 한국의 풍류
가 참으로 적절하게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앞에서 나열한 재즈 뮤지션들이 그 곡을 어느 정도 시작해 나가자, 뜻밖에도 농악 소리가 합세한 것이다. 농악을 몰고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바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였다. 서양의 음악과 한국의 풍류는 그렇게 뜻밖으로 만났다.
그것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서양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재즈에서 만난 것이다. 4분의 5박자라는 비서구적 박자가 일반인의 귀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4박자 리듬으로 변용되었고, 3박자나 5박자등의 홑박자에 친숙한 국악이 그 4박자를 받아 맞장구쳤다. 김덕수판 테이크 파이브 Kim Duksoo Version Take Five
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 순간은 짧았지만, 찬찬히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제 이로써 테이크 파이브
의 재해석사 이야기는 대충 된 것 같다. 재해석의 역사
라는 문제에서 그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그렇게 높다. 그러나 그것도 재즈 전체를 두고 봤을 때는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