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사물놀이와 만난 ‘테이크 파이브’ — 한국적 재즈의 탄생

재즈 정신의 요체는 변용! 1994년 여름밤, 김덕수 사물놀이와 재즈 명곡 '테이크 파이브'의 운명적 만남이 펼쳐진다. 5박자 원곡을 4박자로 바꾸고 한국의 풍류를 더한 '김덕수판 테이크 파이브'는 한국 재즈사에 길이 남을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 국악 연주팀 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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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y 27, 2025

In a nutshell

    김덕수 사물놀이와 만난 ‘테이크 파이브’ — 한국적 재즈의 탄생

김덕수 사물놀이와 만난 ‘테이크 파이브’ — 한국적 재즈의 탄생

이상은 외국의 예들이었다. 한국의 재즈 역시 그 같은 현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 산재한 재즈 클럽에서는 테이크 파이브가 지금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재즈 정신의 요체는 변용(變用)에 있다. 그 어떤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테이크 파이브도 그러하다. 바꾸어 말하면, 그 같은 변용성 덕택에 그 곡은 더욱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덕택에 지극히 한국적인 테이크 파이브의 순간도 있었다.

1994년 7월 31일 한여름 밤에 벌어졌던 야외 재즈 페스티벌에서였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재즈 뮤지션들은 최선배, 김수열, 임헌수, 신동진, 박성연, 이정식 등 국내의 정상급들은 물론 일본의 뮤지션 몇몇이었다. 유난히 뜨거웠던 그 여름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이 바로 테이크 파이브였다. 그날의 테이크 파이브는 한국의 재즈사에서 독특한 풍경을 연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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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7월 어느 여름 밤, 뜻밖의 테이크 파이브를 선사한 사물놀이의 김덕수 씨.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스티브 갯 등 우리 시대 일류 재즈 드러머들과도 낯을 익혀 왔다.

원곡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박자를 바꾸어 연주한 점이 가장 두드러졌다. 원곡의 개성이요 생명이라 할 만한 5박자 리듬을 4박자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그 곡은 대단히 흥겨운 테이크 파이브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그 곡에 가장 한국적인 소리, 한국의 풍류가 참으로 적절하게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앞에서 나열한 재즈 뮤지션들이 그 곡을 어느 정도 시작해 나가자, 뜻밖에도 농악 소리가 합세한 것이다. 농악을 몰고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바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였다. 서양의 음악과 한국의 풍류는 그렇게 뜻밖으로 만났다.

그것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서양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재즈에서 만난 것이다. 4분의 5박자라는 비서구적 박자가 일반인의 귀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4박자 리듬으로 변용되었고, 3박자나 5박자등의 홑박자에 친숙한 국악이 그 4박자를 받아 맞장구쳤다. 김덕수판 테이크 파이브 Kim Duksoo Version Take Five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 순간은 짧았지만, 찬찬히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제 이로써 테이크 파이브의 재해석사 이야기는 대충 된 것 같다. 재해석의 역사라는 문제에서 그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그렇게 높다. 그러나 그것도 재즈 전체를 두고 봤을 때는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