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의 어린 시절 — 냉대와 조롱 속에서 싹튼 거장의 꿈

재즈의 거장 '버드' 찰리 파커의 삶은 냉대와 조롱, 그리고 비범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In a nutshell

    ‘버드’의 어린 시절 — 냉대와 조롱 속에서 싹튼 거장의 꿈

‘버드’의 어린 시절 — 냉대와 조롱 속에서 싹튼 거장의 꿈

파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렸을 때부터 파커를 알게 된 후, 한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캘리포니아에서 같은 악사로 재회한 프랭크 모건의 증언이다.

찰리 파커가 다시 캘리포니아로 온 것은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때인 1951년의 일이다. 거기서 다시 만난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버드는 대단히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가 연주할 때는 내게 말을 걸어올 때도 있었다. 그것도 대개는 연주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서둘지 말고, 천천히 take your time이나 숨을 깊게 breath deeply 또는 리듬 파트에 기죽지 말고 don’t let the rhythm section scare you 따위의 말이었다.

버드와 함께 있을 때는 언제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꼭 말하고 싶다. 나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파티에서 파커가 핵물리학자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머리를 긁적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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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 파커.

그때 파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뭔가 좋은 이야기였음에는 틀림없다. 만일 파커가 색소폰이 아니라 자연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가졌더라면, 어떤 인물이 됐을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갑부들만 모인 것 같은 파티였는데, 우리 악사들은 묵묵히 연주에만 열중했다. 그런데 버드가 갑자기 연주를 하다 말고 객석을 향해 소리치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정장은 벗고, 편하게 있는 게 어때요?

버드가 그렇게 제의하자, 다들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주섬주섬 그 갑갑한 정장을 벗기 시작했다.(웃음)

밥 라이즈너 Bob Reisner는 잼 세션이 있을 때마다 파트너는 항상 찰리 파커로 찍었다.

모든 것이 정말 술술 잘 풀려나가는 밤이었다. 손님들이 계속 몰려들었고, 파커의 연주는 그들을 자리에 꽉 붙들어두고 있었다. 아무도 춤출 생각을 않았다. 연주를 들으며 잔을 기울일 따름이었다.

막간 휴식 시간이 되었다. 버드는 웃음을 머금고 홀을 돌며 손님들과 악수를 주고받기도 하고, 나와 사업상의 문제도 이야기했다.

그때 갑자기 무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하긴, 밴드가 쉬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약 15분가량 주크박스를 틀어 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기타를 들고 있었고, 또 하나는 노래를 불렀다. 촌티가 물씬 풍기는 나그네 행색에다 야바위꾼처럼 지껄여대기도 했다.

객석 여기저기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보다 못한 나는 무대로 갔다.

이 양반들. 잘하긴 하는데, 아직 무대에 설 만큼은 안 돼. 썩 나가,

그들은 나를 째려보았다.

이 사람, 지금 한참 열이 오르고 있는데 웬 찬물이야!

여기 매니저는 나야

찰리 파커가 우릴 고용했소, 이거

아니, 그게 정말이야?

찰리한테 물어보쇼

나는 그 자리를 떴다. 버드는 저따위 얼치기 따위는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찰리, 설마 저자들을 고용하진 않았겠지?

아니, 내가 했어

지금 관객들이 난리야. 저 놈들을 내던져 버리겠어

그 사람들이 떠나면, 나도 여길 뜨겠네

라고 찰리가 말했을 때, 나는 질려버렸다.

나는 버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평소 그는 종교 음악이나 클래식 음악에 몰두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차에서는 항상 라디오를 틀어두고 유행가나 선술집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 것은 너무 저질이었다. 나는 골이 날 대로 나서 붉으락푸르락할 뿐이었다.

조금 있으니 파커가 내게 왔다. 그러고는 팔을 내 어깨에 걸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 보기보다 어리석구먼. 사업하는 법을 몰라. 지금 무대가 사람들로 터져나갈 것 같잖나? 이때 저렇게 엉망인 자들이 무대에서 설치면, 손님들 중 몇몇은 자리를 뜨지 않겠나? 이렇게 해서라도 숨 좀 쉬어보자고

파커는 짧은 삶을 마감하기 직전, 폐인이나 다름없이 생활했다. 그 기간 동안 그가 숨으로 들이켜고, 먹고, 마시고, 주사 바늘로 찔러 넣은 것은 오만가지 잡동사니였다. 엄청난 양의 흥분제와 환각제와 수면제와 최면제 등등, 당시 생각해 낼 수 있는 유해 약품이라는 유해 약품은 전부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이 막 덮쳐오려 하기 직전, 그는 뉴욕의 아파트에 있는 니카 Nica 백작 부인을 만나러 갔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파커가 사색이다 되어 자기를 찾아오자, 그녀는 우선 자기 주치의를 불렀다.

의사는 버드를 진찰하면서 몇 가지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

술은요?

가끔 하지요

마치 거짓말하다 들킨 사람처럼 니카에게 눈을 껌뻑이고 난 뒤 이어진 찰리의 대답은 이러했다.

저녁 식사 전에 셰리 sherry(독한 백포도주) 한 잔 정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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