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이 달은 뜨고’의 끝없는 변신 — 재해석의 진수
당시 그가 들고나왔던 곡이 낸시 해밀턴 Nancy Hamilton의 작사에 모건 루이스 Morgan Lewis 작곡의 *「저 높이 달은 뜨고 How High the Moon」*였다. 이 곡은 말하자면, 당시 일대를 풍미했던 경쾌한 유행가였다. 파커는 그 곡을 완전 비밥식으로 변주하면서 아예 제목까지 야릇하게 바꾸었다. *「조류학 Ornithology」*으로.
잘 알려진 그 곡에 대한 급진적 해석은 갓 태동한 비밥이 어떤 음악인가를 강렬하게, 효과적으로 알렸다. 이후 그 곡에는 새로운 전통이 생겨나 하나의 강인한 맥을 이루게 된다. 즉, 당대 일류 아티스트들이 뒤이어 그 곡을 자기만의 개성대로 재해석하게 된 것이다.
다음은 그러한 재해석판 *「저 높이 달은 뜨고」*중 대표작들만을 발표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기회가 닿는 대로, 이 작품들을 꼭, 그리고 모두 다(!) 구해서 경청해 보시기 바란다. 왜냐하면, 거듭 이야기하는 바이지만 재즈를 올바르게, 또 빠르게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자. 재즈란 어떤 음악인가에 대한 감을 확실하게 잡아, 올바르게 듣는 귀가 반드시 트일 것이다.(곧이어 열거되는 음반들은 모두 국내에서도 조금만 신경 쓰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만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 찰리 파커의 「조류학」: 파커(알토 색소폰), 허브 포메로이(트럼펫), 미확인(피아노 베이스, 드럼). 1954년 1월 18일, 보스턴의 하이 햇.
- 찰리 파커의 「조류학」: 파커, 쳇 베이커(트럼펫), 지미 롤스(피아노), 카슨 스미스(베이스), 셸리 몬(드럼). 1953년 11월 5일, 오리건 주립대.
- 사라 본의 보컬 「저 높이 달은 뜨고」: 어니 윌킨스 악단, 1956년.
- 데이브 브루벡 8중주단 Dave Brubeck Octet: 폴 데스몬드, 칼 제이더, 데이비드 밴 크라우트, 딕 콜린스 등 당시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대표 주자 8명이 재즈의 참맛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1956년의 순회공연 실황. 이 음반은 일류 재즈 아티스트들의 교육용 공연을 녹음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성은 물론 공연의 완성도 또한 높은 특이한 음반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저 높이 달은 뜨고」*에서는 브루벡 자신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나와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즉, 뉴올리언스 스타일에서부터 래그타임, 부기우기, 스윙, 밥을 거쳐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까지 간명하게 시연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즈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 앨범 전체가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앨범 『데이브 브루벡 8중주단』.
- 쳇 베이커의 보컬과 트럼펫 연주의 「저 높이 달은 뜨고」: 베이커, 빌 에번스(피아노), 폴 체임버스(베이스), 코니 케이, 필리 조 존스(드럼), 페퍼 애덤스(바리톤 색소폰), 허비 맨(플루트), 케니 버렐(기타). 1958년 12월-1959년 1월 뉴욕, 앨범 『쳇/다 함께 고독을 Chet/AloneTogether』.
- MJQ의 「저 높이 달은 뜨고」: 존 루이스(피아노), 밀크 잭슨(비브라폰), 퍼시 히스(베이스), 코니 케이(드럼). 1960년대, 앨범 『피라미드 Pyramid』.
- 엘라 피츠제럴드의 보컬 「저 높이 달은 뜨고」: 로이 엘드리지(트럼펫), 토미 플래너갠(피아노), 빌 앤시(베이스), 거스 존슨(드럼). 1964년 7월, 프랑스의 주앙-레 팽 Juan-Les Pin 재즈 페스티벌 실황. 앨범 『엘라, 주앙-레 팽에서 Ella at Juan-Les Pin』.
- 바니 캐슬 Bamey Kessel이 기타로 연주한 「저 높이 달은 뜨고」: 캐슬, 스티븐 그라펠리(바이올린), 니니 로소(리듬 기타), 미쳄 고드리(베이스), 장 루이 비알르(드럼). 1969년 6월, 프랑스 파리.
- 〈버드〉추모 5중주단의 「저 높이 달은 뜨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89년에 제작한 파커의 전기 영화 *「버드」*에 수록된 곡. 이 곡의 연주를 맡았던〈버드〉추모 5중주단은 당시 그 영화에 나오는 불후의 재즈 명곡들의 연주를 모두 맡아 화제가 되었다. 그들의 면면은 리치 콜(알토 색소폰), 오스카 브래시어(트럼펫), 마이크 워포드(피아노), 토니 뒤마(베이스), 존 게린(드럼)이다. 파커의 삶을 감동적으로 재현해 낸 그 영화에서 가장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그 곡에 제작사측은 *〈조류학〉*이라는 부제를 달아, 파커를 재해석하는 데에 충실한 태도를 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다이앤 슈어의 보컬 「저 높이 달은 뜨고」: 1992년, GRP 스튜디오. 풀 재즈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반주를 배경으로 하여, 백인 맹인 여가수 슈어의 화려한 고음이 더욱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