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특별한 스승과 제자: 음악적 아버지 이야기
사제지간
흔히들 독학으로도 성공한 사람들이 재즈에서는 부지기수
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못하다. 재즈에서도 백 퍼센트 독학이란 거의 없다. 정규 교육은 받지 못했을지언정, 새로운 경지로 눈을 뜨게 해준 사람이 어디엔가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말이다.
재즈에서는 그런 독특한 사제지간
이 많다. 그래서 많은 재즈 뮤지션들은 음악적 아버지 musical father
를 갖고 있다.
음악적 아버지
와 관계 맺는 방식은 대충 다음 세 가지로 나뉜다.
- 개인적 만남, 실제 공연 관람 또는 음반 청취가 첫 번째의 것이다. 저 나름대로는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자만해 있는 혈기방장한 젊은 뮤지션을 보다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려면, 친아버지나 가능한 배려가 필요할 때도 있었다.
다음은 하드 밥의 대표적 드러머인 아트 블레이키가 젊은 시절 어느 날 밤 시드 캐틀렛 Sid Cattlet이라는 뮤지션으로부터 한 수 지도
받은 이야기이다.
플레처 헨더슨 악단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밤, 나는 코트 호주머니에다 위스키 한 병을 꼬불쳐 두고는 밤 쇼가 진행되는 동안 몰래 빨대로 들이켰다. 당시 나는 참으로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나이였다.
무대 위에는 코러스 걸들이 출연해 갖고는 흥을 돋우고 있었고, 그날따라 내 실력은 한껏 오르고 있었다. 한 곡을 끝내고 무대 밖으로 나오자 선배 시드 캐틀렛이 나를 반갑게 끌어안고는, 다시 무대 위로 올려주려 하던 그 순간이었다.
그는 자연히, 코트 안에 숨어 있던 병의 감촉을 느끼고야 만 것이다. 그는 그 즉시 나를 한 대 쥐어박고는, 마룻바닥으로 냅다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술 마시는 비법을 그따위로 닦기 전에 악기나 마스터하지, 그래……. 만약 한 번 더 걸리는 날에는 모가지를 부러뜨려놓고 말겠어!]
혼쭐난 나는 그 이후, 술이 꼴도 보기 싫어졌다. 그 일은 결국 내게 큰 도움이 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라면, 괜히 한 대 쥐어 박혔다고 소송을 거느니 마느니 난리가 날 일이겠지만.
아트 테이텀은 기교적으로나, 화성(harmony)적으로나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귀감이 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연주는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여타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게까지 귀감이 되는 훌륭한 연주였다.
다음은 동료 에디 베어필드(Eddie Barefield)의 말이다.
돈 바이어스(Don Byas, 테이텀보다 두 살 밑의 색소폰 주자)는 테이텀이 취입한 레코드라면 뭐든 다 사 모았다. 거짓말이 아니라, 그는 테이텀이 연주하는 날이면 날마다 곰곰 듣고는, 색소폰으로 그대로 따라 불렀다.
「내게 그것은 살아 있는 가장 훌륭한 화성학 강의나 다름없었지요. 테이텀의 연주라면 기를 쓰고 들었으니까」
훗날, 바이어스는 그렇게 감사했다.
재즈에서는 그런 식으로도 사제지간의 인연이 맺어진다.

▲ 1985년의 앨범
『송-X』
에서 만난 두 거장, 온네트 콜먼과 팻 메스니. 콜먼은 1960년대 재즈계를 뒤흔든 대혁명 프리 재즈 운동을 주도한 역사적 반항아였고, 메스니는 1980년대 이후 세계 재즈 기타계를 쥐어잡은 천재 재즈 기타리스트이다. 둘의 세대를 초월한 만남은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콜먼은 55세, 메스니는 31세였다.
재즈가 대학에 막 입성했을 때의 일이다.
재즈를 교과로 채택한 대학에서는 우선 당장 급했던 일이 학생을 가르칠 만한 재즈 뮤지션을 구하는 일이었다. 재즈 뮤지션 하면 아직 무식한 악사 정도로 인식 받고 있었던 때였지만, 그들 중 말이 또박또박한 사람은 물론 있었다.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몽크가 그런 사람이었다. 학생들의 재즈 연구 모임에 초빙 받은 그는 대학생 재즈 밴드의 연주를 듣고는 신중하게 조언해 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이제 그가 학생들 앞에서 연주 평가를 할 차례가 왔다. 그는 한참 골똘히 생각하고 칠판을 땅땅 두드리더니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쉬지 말고 연습해요! Keep on trying!」
신시내티 대학이 재즈 뮤지션 제이미 애버솔드와 레드 로드니를 공동 연구원으로 초청했다. 애버솔드는 한 학생이 방금 한 연주를 자세하게 분석·평가해 주었다. 지나치게 꼼꼼해서 다들 내심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드디어 애버솔드의 강의가 끝나고 로드니가 이야기할 차례가 왔다. 그는 말했다.
「이하 동문입니다! I agree with everything he said!」
장내가 웃음바다로 되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 딱 하나는 여러분들도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 말을 하고는 자기 귀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