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즈’와 ‘레이디 데이’ — 별명 속에 숨은 우정과 존경

재즈의 전설 레스터 영과 빌리 홀리데이. 그들이 서로에게 붙여준 '프레즈'와 '레이디 데이'라는 별명 속에는 깊은 우정과 존경이 담겨 있다. 레스터 영의 따뜻한 마음과 빌리 홀리데이의 재치 있는 응수, 그리고 빌리 어머니에게 붙여준 '공작부인' 별명까지, 유쾌하고 감동적인 그들의 특별한 인연 이야기를 들어본다.

In a nutshell

    ‘프레즈’와 ‘레이디 데이’ — 별명 속에 숨은 우정과 존경

‘프레즈’와 ‘레이디 데이’ — 별명 속에 숨은 우정과 존경

이처럼 그는 입은 걸찍한 편이었지만, 본성은 참으로 따스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붙여준 별명들 가운데 최고의 걸작은 뭐니 뭐니 해도 빌리 홀리데이에게 붙여준 레이디 데이 Lady Day이다.

곧 빌리도 그 호의에 멋지게 응수했다. 영을 대통령 President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 별명이 어떻게 붙게 됐는지, 그녀의 회고담을 들어보자.

뉴욕이란 곳에서 젊은 남자가 독신으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영의 입담이 걸찍하게 쏟아졌다. 어머니와 나는 그 우스갯소리를 듣고 배꼽이 떨어져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가 어머니께 정중히 물었다.

「공작 부인, 안에 좀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Duchess, can I move in with you? 」

장난기는 하나도 없이 진지한 어조로 그렇게 묻는데,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방을 하나 더 얻은 뒤, 그를 들게 했다. 어머니가 공작부인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린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뒷날 죽을 때까지 그 별칭을 간직하고 살았다.

레스터도 나도 물론 죽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우리와 살면서 우리 모녀에게 붙여준 그 기분 좋은 별명만은 영원할 것이다.

그러나 레이디라는 그 별명으로 도리어 나를 놀려먹으려 한 쇼걸들도 몇 명 있었다. 그것은 다분히 경제적인 동기에서 우러나온 심술이었다. 그 아이들의 속셈인즉슨, 내 덩치가 너무 큰 탓에 그 망할 놈의 손님 몇몇이 신이 나면 던져주는 돈의 액수가 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당시, 일부 클럽에서는 객석에서 흥이 오르면 여성 연예인들에게 돈을 던져주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그들이 치마를 번쩍 들어 올리면 관중들이 그쪽을 향해 돈을 던지고, 그러면 공연자가 그 돈을 입술로 집어 올린 것이다.) 그런데 그 별명은 꽤나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그것이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지 따위의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한 소문을 들은 레스터는 내 이름 홀리데이에서 데이 Day만 떼내어, 그것을 레이디와 묶었다. 레이디 데이라는 별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제는 내가 그 절친한 친구 레스터에게 이름을 하나 붙여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게 정말 최고의 남성이었다. 당연히 별명도 그에 걸맞은 최상급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 나라 미국에서는 왕 king이니, 백작 count이니, 공작 duke이니 하는 귀족 작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시 이 나라 최고의 사람은 루스벨트였는데, 그가 바로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레스터를 대통령 The President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별명은 얼마 후에 프레즈 Prez로 축약되었다. 그 뜻은 조금도 변함없다. 대통령, 곧 이 나라 최고의 남자라는 뜻이 그것이다.

색소폰 주자 줄리언 애덜리 Julian Adderley의 십대 때 별명은 우스꽝스럽게도 식인종 Cannibal이었다. 무엇이든 뚝딱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 때문이었다.

세월이 자꾸 흘러가자, 그 별명은 조금씩 변해 갔다. 결국 안착하게 된 것이 총알 Cannonball이다. 그것은 사정없이 쏘아붙여 대는 듯한 그의 열정적 속주 덕택에 붙은 별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