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 길레스피(2)

1944~5년 길레스피는 내심 장기적 안목을 갖고 자신의 소편성 그룹을 이끌기 시작했다. 덱스터 고든, 럭키 톰슨(색소폰), 밀트 잭슨(비브라폰) 등과 함께 인상적인 음반들을 만들었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1945년에 만든 그의 첫 번째 빅 밴드였다. 밥을 ‘진지한 음악’으로 퍼뜨려야 한다는 바람이 곁들여져 있었다. 비록 오래가지 못한 밴드였지만, 1년 뒤 새 오케스트라로 재결성되어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악단의 모습을 보였다.
그와 함께 길레스피는 콩고 명인 차노 포조Chano Pozor와 나란히 서서 ‘장차 큐밥(cubop)’이라 불리게 될 음악적 합성물을 선보이게 되는데, ‘Manteca’, ‘Cubana Bop’ 등의 걸작이 바로 그 예다.
보다 정통적인 무대에서는 밥적인 색채를 주조로 해 초기 빅 밴드 분위기에서 따온 대중적 면모를 부각하는 데 강점을 두었다.
길레스피의 고집스러운 밥 독주에 선선히 주도권을 넘기긴 했으나, 매력적인 블루스 곡 ‘Two Bass Hit’은 정통적인 색채가 강했다. 트럼펫 주자에게 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는데, 길 풀러Gil Fuller, 존 루이스John Lewis, 태드 데머론Tadd Dameron, 젊은 시절의 조지 러셀George Russell이 합류했다.
1950년 이후, 미국 정부의 후원으로 성사된 중동과 남미 지역 순회 연주를 위해 디지는 다시 밴드 리더로 나서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디지는 혼신의 힘으로 소편성 밴드 쪽으로 재능을 엮어내야 했다. 로이 엘드리지와 스탠 게츠와 녹음 일정을 잡고 작업해야 했던 JATP 시절이 재현된 셈이었다.
엘드리지와의 걸작 ‘Trumpet Blues’, 게츠와의 ‘Diz And Getz’가 그래서 빛을 본 것이다. 길레스피 순회 밴드의 인상적인 걸작 ‘St Louis Blues’와 주니어 맨스(Junior Mance)의 피아노가 빛났던 ‘Moonglow’도 그렇게 탄생했다.
육순에 접어들어서도 활동 제의는 끊이지 않아 노먼 그랜츠의 레이블 뉴 파블로 등에서 취입 제안이 잇달았다. 특히 1982년에는 모타운 레코드로부터 스티비 원더의 ‘Do I Do’에서 트럼펫 피처링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