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베리건

뮤지션으로서 버니 베리건과 빅스 바이더백이 걸었던 인생 행로는 꽤나 유사하다. 흑인 음악을 연주했던 백인으로서 음악적 개성이 독특했으며 세상 사는 데 제법 달인이었으나 술고래로서 자멸의 길로 빠져들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바이더벡이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반면, 베리건은 불가사의한 인물로 희석되는 걸 보면 인간사가 묘하다는 상념에 빠진다.
롤런드 버나트 베리건은 불과 십대의 나이로 뉴올리언즈 리듬 킹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1930년에 선배 재즈 뮤지션 할 켐프를 알기 전까지는 무명 악사로 떠돌았다. 도르시 브라더스를 알게 된 후 폴 화이트먼과 1년간 교류했다.
1935년, 급조 그룹과 함께 12인치 78rpm 디스크에 I Can’t Get Started를 취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최대의 히트로 기록된다. 리드 보컬의 기량은 그럭저럭했으나 감미롭고도 청량한 트럼펫의 압도적 소리는 듣는 이를 감동시켰다. 그 밴드가 명맥을 이어간 데에는 알콜에 절어 버둥대긴 했지만 진정한 재즈 정신으로 무장된 단원들이 벼려낸 보석 같은 음악 덕분이었다.
Changes Made가 공간 활용의 문제를 간결히 해결하는 방식을 예시했다면 스윙 스타일에 대한 적절한 예가 Russian Lullaby였다면 절제미가 돋보였단 탁월한 예가 Sobbin’ Blues였다. 1941년에 새 빅 밴드를 꾸려보려 했으나, 이미 알콜 중독 말기에 접어든 33살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죽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