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Ellington, 재즈의 연금술사

듀크 엘링턴은 단박에 사로잡는 테마 선율을 지어 내는 직관적 능력만으로도 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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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l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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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엘링턴

Duke Ellington at the Hurricane Club 19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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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과 전혀 무관한 저서나 잡지일지언정 에드워드 케네디 엘링턴의 작품을 끌어들어오거나 분석하지 않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작곡가로서, 또한 악단의 리더로서 그의 위치는 감히 비길 데 없는 것으로 이 책의 지면이 아무리 협소할지라도 그와의 연관을 거르고 건너뛸 수 없는 노릇이다.

하기사 주특기가 노래 짓기이긴 했으나 그 또한 편곡 작업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듣는 이를 단박에 사로잡는 테마 선율을 지어 내는 직관적 능력만으로도 그는 거물이라는 존칭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 선율에다 악기 마다의 성부에 맞게 편곡해 최선의 역할을 부여하는 능력은 가히 거장적이다. 귀를 사로잡는 제창(unison) 선율을 악기 파트에 맞게 적용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그 결과,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협주가 창출되었다.

뉴 올리언즈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급 클라리넷 주자 바니 비가르Barney Bigard를 주축으로 한 ‘정글 밴드’를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나, 1920년대 말엽 재즈 밴드의 주축은 관악 파트였다. Creole Love Call, Jubilee Stomp, Black And Tan Fantasy에서 보듯 바버 마일리Bubber Miley의 트럼펫과 트리키 샘 낸튼Trickey Sam Nanton의 트롬본 음을 사람의 목청으로 변환한 듯한 선율은 한 편의 마술적 드라마였다.

1932년에는 로렌스 브라운의 감미로운 트럼본이 밴드에 가세했고 3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3인조 편성의 트롬본에 강조점을 두면서 Slippery Horn 같은 작품이 선보였다. 크게 보아 그 시기는 전략 구축의 시기로, 미국적 사운드가 하나의 숙제로 떠오르면서 감상주의가 아주 잘 팔리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엘링튼이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같은 견지에서 자니 하지스와 해리 카니라는 쌍두마차가 일약 부각되었고, 그 전략은 먹혀들었다. 듀크 엘링튼 또한 그들을 위해 SolitudeIn A Sentimental Mood 같은 발라드의 백미로 화답했다.

1939년 말엽 듀크는 베이스의 지미 블랜튼을. 이듬해에는 테너 색소폰의 벤 웹스터를 영입했다. 두 사람이 입단하기 전후해서 밴드는 걸작들을 생산했지만 바로 그 무렵의 3년여 동안은 재즈사상 최고의 재즈 오케스트라가 존재했던 기간이었다. 빌리 스트레이혼은 부(副)작/편곡가인 동시에 위대한 연주자로서 ‘자작 – 편곡’ 활동을 병행했다. 걸출한 트럼펫 주자 쿠티 윌리엄스를 위해 Concerto For Cooties를 지었으며 웹스터에게는 오랜 시간을 들여 명주실을 잣듯 Just A-Sittin’-And A-Rocking이, 자니 핫지스 특유의 섬세한 낭만주의는 Warm Valley가 헌정되었다. 밴드의 정규 시그니처 음악으로 자리잡은 A Train, 뉴욕 마천루 빌딩을 상징한 Harlem Air Shaft, 악단의 살아있는 잼 세션 정신 Main Stem은 생명체였다. 블랜튼을 영입하면서 리듬 섹션이 부쩍 생기를 띠게 되었는데 향후 그 같은 변화는 엘링튼 재즈의 핵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951년 핫지스가 밴드를 뜸으로써 밴드의 활력이 급격히 수그러들더니, 그가 복귀한 1955년 이후에야 살아나는 기복을 겪었다.

엘링턴의 연주력은 언제나처럼 그의 밴드를 끌어올리는 최대의 공신이었지만 그는 케케묵은 스트라이드 피아노 주법을 고수했다. 특히 Rocking In Rhythm의 순서에서 Kinda Dukish의 선율을 서두를 슬쩍 끼워넣는 식의 유머를 스스로 즐겼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엘링턴도 접을 때가 되었다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 속단이었을을 뒤늦게 깨달았다. 작곡가로서, 리더로서 그의 영향력은 막대한 것이었으나, 찰리 바넷, 타미 도시, 글렌 밀러 등의 상업적 밴드들에게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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